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(주)조화로운 사람들
  [[갈무리 10호]] [편집실] 낚싯바늘에 매달린道 2005-03-10 16:03:38  
  이름 : 도화제      조회: 5251    
남 구만

경술년(1670)에 나는 고향 결성潔城으로 돌아가 지냈다. 집 뒤켠
에 넓이가 수십 보 남짓에 깊이가 육, 칠 척쯤 되는 못이 하난
있었는데 긴 여름 동안 나는 하는 일 없이 그 못의 고기들을 구
경하곤 하였다.

하루는 이웃 사람이 대를 베어 낚싯대를 만들고 바늘을 두들겨서
낚싯바늘을 만들어 나에게 주면서 낚시를 하도록 권하였다. 나
는 서울에서만 오래 지냈기 때문에 낚싯바늘의 길이나 넓이, 굽
은 정도가 어떠해야 하는지 알 턱이 없으므로 그저 이웃 사람이
주는 그대로가 적당한 것으로만 알 뿐이었다. 그리하여 종일토록
낚시를 드리우고 있었으나 한 마리도 잡지 못하였다. 다음날 손
이 한 사람 와서 낚싯바늘을 보더니

"고기를 잡지 못한 게 당연합니다. 바늘 끝이 안으로 너무 굽어
고기가 물기도 쉽지만 뱉기도 쉽게 생겼으니 끝을 밖으로 조금
펴야 합니다."

하였다. 나는 그 사람을 시켜 낚싯바늘을 두들겨 밖으로 펴게 한
다음 다시 종일토록 드리웠으나 역시 한 마리도 잡지 못하였다.
그 다음날 또 손 한 사람이 와서 바늘을 보더니

"못 잡을 게 당연합니다. 바늘 끝이 밖으로 펴지기는 하였으나
굽은 테의 둥글기가 너무 넓어서 고기 입에 들어갈 수가 없습니
다."

하여 나는 또 그 사람을 시켜 바늘 굽이의 둥글기를 좁게 만든
다음 다시 종일토록 드리워서 겨우 한 마리를 잡았다. 그런데 그
다음날 손 두 사람이 왔기에 나는 낚싯바늘을 보여 주며 지금까
지의 일을 말하니 그 중 한 사람이

"적게 잡을 수밖에 없는 것이 당연합니다. 바늘은 굽힌 곡선의
끝이 짧아 겨우 싸라기를 끼울 만해야 하는데, 이것은 굽힌 끝이
너무 길어 고기가 삼킬 수 없고 삼켜도 다시 내뱉게 생겼습니다
."

하였다. 나는 그 사람에게 그 끝을 짧게 만들도록 한 다음 한참
동안 드리우고 있노라니 여러 번 입질을 하였으나 낚싯줄을 당기
는 중에 빠져서 도망가기 일쑤였다. 그러자 곁에 있던 다른 손이
말하였다.

" 저 사람의 바늘에 대한 견해는 맞으나 당기는 방법이 빠졌습니
다. 대체로 낚싯줄에 매달린 찌는 그 떴다 잠겼다 하는 데 따라
입질하는 것을 아는 것인데, 움직이기만 하고 잡기지 않는 것은
완전히 삼킨 것이 아니라서 갑자기 당기면 너무 빠르고, 잠겼다
조금 나오는 것은 삼켰다가 다시 뱉은 것으로 천천히 당기게 되
면 이미 늦습니다. 때문에 잠길락말락할 때에 당겨야 합니다. 그
리고 당길 때에도 손을 들어 곧바로 올리면 고기의 입이 막 벌어
져서 나뭇가지에서 낙엽이 지듯 떨어져버립니다. 그런 까닭에 비
로 쓸 듯이 손을 비스듬히 하여 당기면 고기가 막 삼키자마자 바
늘 끝이 목구멍에 걸려 좌우로 요동을 쳐도 더욱 단단히 박히게
되므로 이것이 놓치지 않는 방법입니다."

내가 다시 그 방법대로 해보니 드리운 지 얼마 안 되어 서너 마
리를 잡았다. 그러자 손이 말하기를

"法은 이것이 전부이나 妙가 아직도 부족합니다."

하면서, 나의 낚싯대를 가져다 직접 드리웠다. 낚싯줄도, 바늘도
, 미끼도, 내가 쓰던 그대로이고 앉은 곳도 내가 앉았던 곳으로,
달라진 것이라곤 낚싯대를 잡은 손일 뿐인데도 드리우자마자 고
기가 다투어 올라와 마치 바구니 속에서 집어올리듯 쉴새없이 낚
아올렸다.

"묘라는 것이 이런 것입니까? 그것도 가르쳐줄 수 있겠습니까?"

내가 물으니, 손이 이렇게 답하였다.

"가르쳐줄 수 있는 것은 법입니다. 묘를 어떻게 가르쳐줄 수 있
겠습니까. 가르쳐줄 수가 있다면 그것은 묘라고 할 수 없는 것입
니다. 그러나 굳이 가르쳐달라고 한다면 한 가지가 있습니다. 당
신은 내가 가르쳐준 법으로 아침이고 저녁이고 드리워 정신을 가
다듬고 뜻을 모아 오랜 동안 계속하면 봄에 배고 익숙해져서 손
의 움직임이 자연스럽게 조절되고 마음도 저절로 터득하게 될 것
이니, 이처럼 된 후에 묘를 터득하거나 못하거나, 혹 그 미묘한
것까지 통달하여 묘의 극치를 다하거나, 또는 그 중 한 가지만
깨닫고 두세 가지는 모르거나, 아니면 하나도 몰라 도리어 의혹
되거나, 혹은 문득 자각하여 스스로 자각한 줄도 모른다거나 하
는 따위는 모두가 당신에게 달린 것이나 내가 어떻게 하겠습니까
. 내가 단신에게 해줄 수 있는 말은 이것뿐입니다."

그제서야 나는 낚싯대를 던지고 탄식하였다.

"훌륭하다 손의 말이여! 이 도를 미루어 간다면 어찌 낚시에만
적용될 뿐이겠는가? 옛사람이 이르기를 '작은 일로 큰일을 깨우
칠 수 있다' 하였으니 이런 것을 두고 한 말이 아니겠는가."

손이 떠나고 나서 그의 말을 기록하여 스스로를 살피는 자료로
삼고자 한다.

☞이 글은 『약천집藥泉集』권 28 잡저에 실려 있으며, 원제는
「조설釣設」이다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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